대한성공회 설립 136주년 기념 감사성찬례 봉헌– 양화진에서 초기 선교사들의 헌신과 사랑을 기억하다 –

종교 행사 중 신부들이 제단에서 기도하고 있는 모습.

대한성공회는 성 미카엘과 모든 천사들 축일인 지난 9월 29일(화) 오후 2시, 양화진 선교기념관에서 ‘대한성공회 설립 136주년 기념 및 초기 선교사 추모 감사성찬례’를 봉헌하였습니다. 이날은 1890년 9월 29일 초대 주교인 고요한(Charles John Corfe) 주교가 제물포에 도착한 날로, 대한성공회가 설립일로 기념해 온 날입니다.

“이 땅에 복음의 씨앗으로 심어진 선교사들의 헌신과 사랑을 기억하며”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예식에는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 등 180여 명이 참석하여 136년 전 바다를 건너 이 땅에 복음을 전한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함께 되새겼습니다.

1부 감사성찬례

1부 감사성찬례는 의장주교 김장환 엘리야 주교의 집전과 설교로 봉헌되었습니다. 신원철 안토니오 교우가 창세기 28장 10-17절을, 이경원 앵니스 교우가 요한 묵시록 12장 7-12절을 봉독하였고, 이종민 바우로 사제의 인도로 시편 103편을 교독하였습니다. 복음은 노현문 다니엘 사제가 요한복음 1장 47-51절을 봉독하였습니다. “너희는 하늘이 열려 있는 것과 하느님의 천사들이 하늘과 사람의 아들 사이를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요한 1:51)

이어 강희일 베드로, 김인순 아가타, 정순이 안나, 원창연 저스틴 교우가 ‘선교사를 위한 기도’를 바치며, 자신의 삶을 밀알처럼 내어놓은 선교사들과 신앙 선배들의 헌신에 감사하고 오늘의 교회가 선교의 사명을 새롭게 다짐할 수 있기를 기도하였습니다. 어머니연합성가대는 층계성가와 영성체 성가 특송으로 예식에 은혜를 더하였습니다.

2부 기념행사 – 120여 년 만에 이어진 고요한 주교 집안과의 인연

전재명 프란시스 교무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2부 기념행사에서는 김호욱 디도 주교의 인사말씀에 이어 톰 메릭(The Revd Dr Tom Meyrick) 신부, 신호철 장로(양화진 선교회 대표), 이재정 요한 사제의 축사가 이어졌습니다.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고요한 주교의 집안 후손인 톰 메릭 신부의 방한이었습니다. 메릭 신부는 축사에서 어린 시절 이모할머니 댁 벽에 걸려 있던 한 성직자의 초상화를 회상하며, 그분이 바로 할머니가 ‘찰스 삼촌’이라 부르던 대한성공회의 초대 주교였다고 소개하였습니다. 그 초상화는 지금 메릭 신부의 사제관에 걸려 집안과 한국의 인연을 일깨워 주고 있으며, 그가 다닌 학교 채플에는 고요한 주교와 조마가(Mark Napier Trollope) 주교를 기리는 명판과 함께 서울주교좌성당의 옛 사진이 걸려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메릭 신부는 “저희 집안 사람이 이 땅을 찾은 것은 120여 년 만에 처음일 것”이라며 마침내 한국에 오게 된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또한 메릭 신부는 “나는 씨를 심었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1고린 3:6)라는 말씀을 인용하며, 고요한 주교가 영국으로 돌아간 뒤 한 세기 남짓한 세월 동안 깊은 상처와 눈부신 발전을 거치는 가운데서도 많은 이들이 심고 물을 주었고 하느님께서 대한성공회를 풍성하게 자라게 하셨다고 감사를 드렸습니다. 아울러 한국과 영국의 교회가 같은 일꾼으로서 서로를 위해 기도하자고 당부하였습니다.

축사를 마친 메릭 신부는 의장주교 김장환 엘리야 주교에게 두 가지 선물을 전달하였습니다. 하나는 영국성공회 사우스웰·노팅엄 교구 폴 주교의 인사 편지이며, 다른 하나는 고요한 주교의 자필 노트입니다. 이 노트에는 고요한 주교가 낯선 땅의 말을 익히기 위해 애쓴 한국어 학습의 흔적이 곳곳에 담겨 있어, 복음을 전하기 위해 먼저 이 땅의 언어와 사람들에게 다가가려 했던 초대 주교의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 줍니다. 메릭 신부는 노트를 “주교님이 사목하시며 이 노트를 쓰셨던 바로 이 땅에 돌려드린다”고 밝히며, “고요한 주교님도 한국어를 무척 어려워하셨다고 하지만 주교님께는 15년이 있었고 제게는 15일밖에 없었다”는 말로 참석자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선사하였습니다.

이어 대한성공회 역사자료 특별위원회가 제작한 ‘대한성공회 외국인 선교사 역사’ 영상을 함께 시청하며, 초대 고요한 주교부터 제5대 김요한 주교에 이르기까지 의료·교육·문서 선교와 교회 토착화의 기틀을 놓은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돌아보았습니다.

성공회 묘역 순행과 추모

모든 순서를 마친 뒤 참석자들은 주성식 모세 사제의 인도에 따라 십자가를 앞세우고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내 성공회 묘역으로 순행하였습니다. 묘역에서는 제2대 단아덕(Arthur Beresford Turner) 주교, 차애덕(Arthur Ernest Chadwell) 보좌주교, 허세실(Cecil Henry Noble Hodges) 사제, 구두인(Charles Goodwin) 사제, 카트라이트(Stephen Hayter Cartwright) 사제, 노라 수녀와 로이스 수녀, 웹스터 간호사 등 이곳에 잠든 선교사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참석자들은 각자 묘소를 찾아 헌화하고 묵념하며 다시 한번 초기 선교사들의 헌신을 추모하였습니다.

이번 행사는 대한성공회 교무원과 서울·대전·부산교구, 어머니연합성가대, (사)평화를일구는사람들(TOIPIK) 사무국, 그리고 지난 3개월간 행사를 준비해 온 ‘대한성공회 136주년 기념행사 준비위원회'(위원장 박명숙 막달라 마리아)의 수고로 마련되었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선열들이 뿌린 복음의 씨앗이 오늘의 대한성공회를 통하여 더욱 풍성한 열매를 맺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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