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 대주교 후보에 여성 가능성 언급
영국성공회(Church of England)에서 여성도 캔터베리 대주교가 될 수 있다는 언급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캔터베리 교구는 2025년 6월 발표한 “필요성 진술서”(Statement of Needs) 문서에서 차기 Canterbury 대주교 후보 자격에 “남성 또는 여성 모두 지원 가능하다”고 명시하였다. 또한 최근 열린 세계성공회 ‘관구장 회의'(Primatesʼ Meeting)와 ‘성공회 협의회'(Anglican Consultative Council)에서도 여성 대주교 가능성이 논의되었다. 특히 호주 퍼스의 대주교 케이 골즈워디(Kay Goldsworthy)는 “여성이 캔터베리 대주교가 되는 것이 이제는 충분히 상상 가능한(entirely thinkable)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이번 변화에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이러한 역사적 결정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된 대규모 의견 수렴 과정의 결과다. 11,000명 이상의 신자 및 관계자들이 참여한 공개 설문과 의견 수렴을 통해 교회가 현대 사회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고자 함을 보여주었다. 이는 교회 내외부에서 요구된 성평등, 다양성, 포용성 강화의 흐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여성 대주교 가능성은 세계성공회의 여러 관구들에서 이미 현실화되었다. 미국성공회에서 캐더린 쇼리(Katharine Schori)가 2006년에 세계성공회 최초의 여성 관구장(대주교)로 선출되어 여성 관구장들의 길을 열었다. 호주, 캐나다, 브라질 등 여러 성공회 관구에서도 이미 여성 주교는 물론 대주교 또는 관구장(Archbishop, Primate)까지 임명된 사례가 있다. 특히 캐이 골즈워디(Kay Goldsworthy)는 2018년 호주 퍼스 대주교로 임명된 최초의 여성 대주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남수단 등 아프리카 관구들에서도 여성 주교 서품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성공회는 2014년 여성 주교(bishop) 임명을 허용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15년 리비 레인(Libby Lane)이 스톡포트(Stockport)의 주교로 임명되어 최초의 여성 주교가 되었고, 레이첼 트리위크(Rachel Treweek)는 같은 해 글로스터(Gloucester) 교구의 주교로 임명되어 최초의 여성 교구 주교가 되었다. 현재 영국성공회 주교 중 약 30%가 여성이다.
여성 관구장(Primate/Archbishop) 임명 시기 비교
| Katharine Jefferts Schori (미국성공회) | 2006년 6월 18일 선출, 2006년 11월 4일 취임 / Anglican Communion 최초의 여성 Primate / 미국성공회 26대 의장주교로 2015년까지 재임 |
| Kay Goldsworthy (호주성공회) | 2018년 2월 10일 퍼스 대주교 취임 / Anglican Communion 최초의 여성 Archbishop |
| Linda Nicholls (캐나다성공회) | 2019년 7월 13일 선출, 2019년 7월 15일 취임 / Anglican Communion 두 번째 여성 Primate |
| Marinez Santos Bassotto (브라질성공회) | 2024년 5월 Primate 선출 / 라틴아메리카 최초의 여성 관구장 / 2018년 브라질 최초의 여성 주교, 아마존 교구 주교 |
관구장, 의장주교, 대주교
참고로 성공회의 조직 편재를 보면, 지역교회가 목회하는 영역인 전도구(parish)가 있고, 그 전도구들이 교구의회와 주교(감독, bishop)로 기본 단위인 교구(diocese)가 있다. 이 교구들이 모여 관구(province, 대부분 국가 단위에 부합)를 이루는데, 이 단위를 대표하는 성직자를 관구장(primate)라고 부른다. 관구장에는 관구의 상황과 문화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다른 주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교구의 사목을 하면서 주교회의의 의장 역할을 하는 의장주교(presiding bishop)와, 따로 관구장 전용의 독립된 교구의 주교로서 다른 교구들을 리드하는 대주교(archbishop)이 있다. 미국성공회는 의장주교의 형태, 영국성공회는 대주교의 형태를 취하지만, 이들은 모두 관구의 리더, 즉 관구장이라고 총칭할 수 있다.
현재 차기 캔터베리 대주교 선정을 위한 위원회(Canterbury Crown Nominations Commission)가 구성되어 그 첫 회의는 2025년 5월 말에 열렸고 추가 회의가 7월과 9월에 예정되어 있다. 106대 캔터베리 대주교 지명 발표는 2025년 가을로 예상된다.
세계 성공회에서 최근 여성 주교 후보 지명에 대한 언급이 빈번한 상황에서 일부 영국 배팅업체들은 현재 첼스포드(Chelmsford) 주교인 굴리 프란시스 데카니(Guli Francis-Dehqani)를 차기 캔터베리 대주교 최유력 후보로 꼽아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58세인 그녀는 이란에서 태어나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피난한 경험을 갖고 있다. 1980년 형이 피살되고 부친(당시 이란 성공회 주교)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은 후 영국에 정착했으며, 1999년 서품을 받았고 2017년 로버러(Loughborough) 주교, 2021년 현직에 취임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우며, 현재로서는 여성 후보 지명의 가능성이 논의된 것에 불과하다. (관련기사: Who Might Be the Next Archbishop of Canterbury?)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성공회 내에서 여성의 사제·주교 서품이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온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전 세계 8,500만 성공회 신자들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세계성공회의 상징적 수장으로, 이 직책에 여성이 공식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은 세계 기독교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는 전통과 현대적 가치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교회의 노력이자, 세계 기독교계 성평등 논의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