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대한성공회 창조 절기

대한성공회 주교원은 다가오는 8월 20일부터 세계 교회에서 주목하는 교회력인 “창조절기”를 지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창조절기”는 1989년 정교회에서 시작되어 이후로 유럽 전역의 교회들에서 점차 확장하고 있는 교회력으로, 9월 1일부터 10월 4일 성 프란시스 축일까지 진행된다. 이 기간 동안 교회 구성원들은 생태계 보전에 초점이 맞춰진 독서, 본기도, 영성체 후 기도 등을 통해 영적 성장을 추구하며, 창조세계 보전을 선교 과제로 삼은 전 세계 교회의 활동에 동참하게 된다.

교회는 주요한 신앙고백을 일상의 삶 속에서 구현해 내기 위하여 여러 절기로 이루어진 교회력을 전통적으로 사용해왔다. 이에 기후위기를 비롯한 생태환경의 변화가 인류에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지금 생태환경 보존이라는 절박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기 위하여 대한성공회는 창조절기를 지키기로 하였다. 창조절기는 만물이 조화롭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태초의 창조에 담긴 신앙적 의미를 온 교회가 성찰하며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신앙적 결단과 실천을 북돋우는 기간이 될 것이다.

창조절기는 총 5주간(9월3일-10월 1일)으로 공식적으로 교단차원에서 2023년부터 전국의 모든 교회와 소속 시설이 함께 지킬 것이며, 올 해 2023년은 매 주일 성서 본문을 창조절기의 본문과 기도문을 전국교회가 함께 사용하고, 환경을 위한 기도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또한 다양한 자료와 교재, 영상물을 통해 신자 교육과 토론을 이 절기에 모든 교회에서 진행하여 구체적인 교회의 상황에서 실천 가능한 과제를 도출하고 실천하게 된다. (나눔 장터, 나무 심기, 개인 컵 사용, 개인 1식물 키우기, 탄소 에너지 사용 자제, 차 없는 주일, 탄소 금식 etc.) 이러한 노력은 각 교회의 자체적인 평가를 토대로 한 보고서를 교단에 제출 하게 되며, 이후 2024년 6월 대한성공회 전국의회(총회)에서 우수교회를 시상하게 된다. 부산교구는 2020년부터 창조절기를 지켜온 바 있으며, 현재 서울교구는 생태환경 지킴이를 교회 별로 임명하여 실생활에서 밀착된 실천을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대한성공회는 모든 교회를 녹색교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지구환경 보호에 함께 힘을 모으기로 하였다.

그리스도교 교회는 매 해마다 시간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그리스도의 생애에 나타난 구원의 역사를 묵상하여 왔다.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기,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한 성탄절기, 예수의 공생애 전 40일 광야 기도와 연관된 사순절기, 수난과 부활의 신비를 재현하는 성주간과 부활절기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교회력의 절기는 대림, 성탄, 공현, 사순, 부활, 연중 등의 여러 주 동안 계속되는 일관된 주제와 성경 독서와 본기도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환경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 증대되면서 초교파적으로 교회력의 마지막 주일들을 ‘창조절기’로 지키는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환경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 지역의 성공회에서도 ‘창조절기’의 5주간 또는 일부를 ‘하느님의 창조’에 대해 묵상하고 감사하는 주일로 지키는 교회들이 늘어가고 있다. ‘창조절기’에 대한 영국성공회의 자료들은 영국성공회 홈페이지에서 참고할 수 있다. 또한 ‘2030 탄소중립 로드맵’에 대한 자료도 접할 수 있다.

영국성공회의 2030 탄소중립 로드맵 자료집 표지

대한성공회 부산교구 2020년부터 창조절기 지켜

아래의 내용은 2020년도부터 ‘창조절기’와 생태교회 시상 등으로 창조와 환경에 대한 기도와 실천을 진행하여 온 부산교구에서 작성하여 보내 온 소개글이다.

창조절기란?

창조절기는 하느님께서 지으신 창조세계의 보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실천하는 절기로, 9월 1일부터 10월 3일에 이르는 기간을 일컫습니다. 기도, 환경 보호, 지구의 청지기로서의 인류의 역할에 대한 돌아봄에 전념하는 시간입니다. 이 기간 동안 전 세계 22억 기독교인들은 생태적 인식과 책임을 증진하는 다양한 활동과 예배에 참여하도록 초대됩니다. 이 독특한 전통은 1989년 에큐메니칼 총대주교 디미트리오스 1세가 동방 정교회를 위해 9월 1일을 창조를 위한 기도의 날로 선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세계 성공회를 포함한 세계교회 협의회에 속한 교회들과 로마 가톨릭, 일부 정교회 교회들도 이 창조절기를 창조세계 보전을 위한 의향을 담아서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한성공회를 포함해서 NCCK 회원 교회들, 대한성공회 생명기후연대, 기독교환경연대, 살림 등이 실천 운동을 펼치며 창조세계 보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우리가 이미 아는 바와 같이, 우리는 편리한 삶과 이익만을 위해 하느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을 파괴하고 착취했습니다. 창조세계는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잃었고 균형을 잃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이상기후와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는 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동식물들이 받고, 비교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더 많은 피해를 입고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의 욕심을 채우기위해 건물이 세워지고, 물건은 생산되며, 발전기가 가동되고, 화석연료는 타고있습니다. 누군가의 배를 불리기 위해 하느님의 창조세계는 여전히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을 돌보아라

창세기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신 뒤 사람을 만드시고 이 세상을 맡기셨다고 말합니다. 하느님께 세상을 맡아 지키라는 명령(부탁)을 맡은 우리는 이 세상을 파괴하고 착취할 것이 아니라 보호해야 하며, 온 생명과 상생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만드신 세상을 잘 지키고,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야 합니다. 세상을 파괴하는 소비패턴과 문화에 단호하게 반대해야 합니다.

연결하고 묵상하고 실천하라

2023년 주제인 “정의와 평화를 강물같이”는 사회 정의와 환경 관리의 상호 연결성을 강조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 하느님께서 만드신, 하느님의 것임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이 세상을 맡기셨으며, 이 창조절기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은 작은 실천들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실천 속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일하심을 봅니다. 창조 절기는 다양한 기독교 교파 간의 대화와 협력을 위한 공간으로서 역할을 합니다.

영국 교회의 올리비아 그레이엄 주교는 우리가 지금 그리고 함께 행동한다면 인간의 존재와 살아있는 세계를 보존하기 위해 행동하기에 너무 늦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남부 아프리카 감리교회의 페이뜨 윗비 목사에 따르면, 창조 절기는 하느님의 사랑이 창조의 모든 부분으로 확장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중요한 시기로 여겨집니다. 여러 교회들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오늘날 지구의 지도자이자 관리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자각하는 다양한 활동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2023년 창조절기는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함께 여행하고, 피조물과 우리의 관계를 성찰하고, 책임 있는 청지기 직분에 헌신하도록 초대하는 것입니다. 실천하는 기독교인이든 환경 의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든 창조 시기는 지속 가능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그리스도인들과 글로벌 커뮤니티와 연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우리는 이 시기에 이러한 연결성을 인식하며 기도하고 묵상하고 환경 보전을 위한 작은 실천을 하는 시기가 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