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상담창구를 개설하며

2022년 대한성공회 주교원에서 ‘안전한 교회’의 실천을 선언한 데에 이어, 2023년 7월 4일의 전국 상임위원회에서 ‘성폭력상담창구 개설’을 결정하였고, 관구 내 담당자를 세워 약 한 달 간의 준비 끝에 홈페이지에 상담 신청이 가능한 핫라인을 개설하였습니다.

대한성공회의 교회 또는 기관에서 일어난 성폭력 피해에 대하여 관구 홈페이지의 상담신청 페이지를 통하여 담당 상담사와의 상담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성폭력 상담신청

이 신청서는 직접 담당 상담사의 전용 이메일로 전달이 되며 일주일 안에 전화 상담 또는 대면 상담, 필요한 조치 등에 대한 회신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긴급 조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하여는 경찰서, 해바라기 센터, 119 등에 우선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안전한 교회’의 취지와 상담센터의 의의

‘안전한 교회’란 세계성공회가 모든 관구에 이행할 것을 권고한 실천사항으로, 성폭력 상담센터는 ‘안전한 교회’ 정책의 중요한 장치 중 하나입니다. 대한성공회가 2021년 번역하여 발간한 ‘안전한교회 가이드라인’ 제 2장 ‘폭력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기’를 살펴보면, 신고 장치와 절차 등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이 가이드라인은 교회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의 안전을 증진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아동, 청소년, 취약한 성인의 안전을 보다 깊이 있게 다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취약한 성인’이란 장애・연령 등의 환경으로 인해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성인을 가리킵니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 외에도 특정 상황, ‘예컨대 집에서 방문 사목을 받아야 하는 사람’, ‘재난이나 자연재해를 경험한 사람’, ‘경제적 상황, 전쟁・내전, 이주, 인종, 성적지향, 성별 규범 등의 사회문화적 요소’로 인해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사라진 사람을 포괄적으로 가리키고 있습니다.

안전한 교회의 취지는 교회가 공동체 내의 약한 사람들을 이러한 학대와 폭력의 파괴적인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신구약 성서와 그리스도 예수의 복음은 언제나 이러한 약자들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돌봄을 강조하여 왔습니다.

‘안전한 교회’는 성폭력을 학대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엄정한 기준과 절차, 피해자에 대한 돌봄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습니다. 대한성공회가 교회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들 중 ‘성폭력 피해 상담’을 첫 과제로 삼은 것은 현대 사회와 교회에서 이 부분이 가장 먼저 보강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하나의 작은 출발입니다. 어린이, 청소년과 약한 사람들이 학대로부터 온전히 보호받으며 활동하고 신앙 공동체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신자들과 성직자들이 각별한 배려를 하여야 하며, 안전한 교회의 제도화를 향하여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영국성공회의 안전한교회 홈페이지는 어둡고 깊은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들에게 빛을 비추는 등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회가 학대를 예방하고 약한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하여 든든한 등대가 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교회 내에 성폭력 상담창구를 설치하는 이유

현재 ‘안전한 교회’가 세계성공회의 중점 과제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나, ‘성폭력 상담창구 설치’는 적지 않은 신자들과 성직자들에게 어쩌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교회는 그동안 성직자들 뿐만 아니라 신자들에게 더 높은 윤리적 기준과 가치관과 생활태도를 기대해 왔으며 이에 대한 긍지를 유지해 왔습니다. 교회 내에 성폭력 상담창구를 설치한다는 것이 교회와 교회에서 운영하는 기관 내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아 편치 않은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안전에 대한 감각과 개인의 경계에 대한 감수성이 훨씬 단순하고 무지하였습니다. 그에 비해 현대인의 감각과 생각의 차이는 이에 비교할 수 없이 다양하며 서로 교류하고 관계 맺는 방식도 전례없이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회에서도 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제도의 보완은 계속해서 추진되어 왔습니다. 이렇게 안전에 대한 더 높은 기준과 제도의 수립 등 사회 전반의 성숙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성공회를 포함한 한국 교회 전체도 함께 진통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회와 소속 기관의 도덕적인 의지는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제도 수립에 의해서 보완되고 증명될 수 있습니다. 사람이란 죄와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존재로 하느님의 구원과 도우심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리스도교 인간관의 뿌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종교적 윤리관을 중시하는 강점이 교회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무조건 안전한 곳’이라고 방심할 수도 있고 권위가 남용될 수 있는 약점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안전보호에 대한 교육, 피해 상담 제도 외에도 사건 발생시 조사, 심의 등의 제도장치를 수립하여 높은 규율과 안전을 유지하여야 합니다. 성폭력상담창구의 개설은 ‘안전한 교회’를 향한 대한성공회의 실천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성폭력상담창구 개설의 취지에 관하여 더 알고 싶은 분들은 성공회 신문의 연재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성공회 신문 2023년 8월 기사 내용 – 성폭력상담창구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2022년에 출판한 ‘안전한 교회 가이드라인’ 한글 번역본과 폭력에 대항하고 해결해 나갈 실천들을 명시한 ‘주교원 선언문’이 발표된 지 벌써 1년이 다 되었습니다. 지난 7월 4일에 열린 제115차 대한성공회 전국 상임위원회에서 여성국에서 제안한 ‘교무원 산하 성폭력상담창구’를 설치하는 건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동안 양성평등위원회(이하 양평위)는 교단 내의 성폭력 사안에 대한 간헐적 상담과 피해자 지원, 교회의 올바른 처리 방법에 대한 제안 등을 해 왔습니다.

사회 또는 타교단과 비교해서도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작은 한 발을 뗐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겠습니다. 성폭력 문제를 이야기하거나 다루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만 하지 않고, 함께 공론하고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상담창구는 귀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공동체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셔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이 성폭력상담창구는 교단 내의 성폭력에 관한 피해 상담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교단 내에서 피해자들이 보다 신속하고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가가 상담 창구를 담당하게 될 것이고, 주교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교단의 특성에 맞는 매우 유기적이고 면밀한 소통체계를 갖춰나가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모든 조직이 국가가 제시한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 표준안’을 기초로 하여 해당 조직의 실정에 맞는 자체지침을 마련하고 준수하여야 할 의무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아직 대한성공회 내에 명확한 지침이 마련되지는 않지만, 세계성공회가 제시한 ‘안전한교회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하여 성폭력상담창구는 작동하게 될 것입니다.

이 창구를 통해 관련한 피해 상담과 적절한 외부 지원 연계, 그리고 각 교구별 자문 등을 교무원과 함께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상담 자료가 쌓이게 될 것이니 교단 내 성폭력에 관한 연구 및 조사의 기능도 자연스럽게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여성선교센터가 하반기에 ‘찾아가는 우리교회 성폭력예방교육’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보다 자세한 설명과 안내는 이를 통해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구성원이 성평등하고 안전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일을 시작하게 되어서, 또 더 늦지 않게 한 발을 뗄 수 있어서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상담창구를 함께 후원해주시고 응원해 주세요!